언론보도

[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북한 휴대전화의 배경화면은?

  • 작성자: mulmangcho
  • 작성일: 2023.10.26 11:57
  • 조회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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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북한 휴대전화의 배경화면은? (1)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3.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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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쌀쌀해진 날씨에 겉옷이 조금씩 두툼해지는 시기, 가을입니다. 고개를 살짝 올려보면 높고 푸른 하늘에 감탄사가 나오는 계절인데요. 부쩍 사진 찍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노랗게, 빨갛게 물들어 가는 단풍도 찍고, 높은 가을 하늘의 하얀 구름도 찍고, 바닥에 가득 쌓인 나뭇잎들까지…! 감탄이 나오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아 기록하는데요. 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오늘 <여기는 서울>에서는 남북 사람들이 함께 사진 공부하는 곳을 찾았는데요, 지난 10월 6일 첫 수업이 시작됐고 제가 방문했던 날은 세 번째 수업이었습니다. 이들의 카메라에 뭐가 담겼을까요? 그 현장, 함께 가보시죠.

 

(현장음)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 자리에 앉아주세요. 이제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들어와 주세요~

 

이곳은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물망초 사무국 교육장인데요. 11월 25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면 ‘남북이 함께 하는 사진 교실’이 시작됩니다.

 

교육장 좌측엔 현수막이 붙어있는데요. ‘남북이 함께 하는 사진 교실’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맞은 편에는 책상이 가로로 길게 3줄로 배치돼 있는데요. 15명의 교육생은 앉고 싶은 자리에 편하게 자리 잡습니다.

 

오늘 진행되는 ‘남북이 함께 하는 사진 교실’은 어떤 내용일까요? 담당 간사, 임충혁 씨의 설명입니다.

 

(인터뷰-임충혁) 물망초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 중에 열린학교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2014년부터 진행되고 있습니다. 열린 학교는 북한이탈주민분들의 적응을 돕고 정착 지원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고 더 나아가서 이제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주민분들이 함께 어울려서 소통하는 장을 만드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사진 교실은 열린학교의 20회차 프로그램으로써 남북한 주민들이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서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그런 장을 만드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남북이 함께 하는 사진 교실’에는 총 4명의 강사가 함께합니다. 강사 한 사람당 2주의 수업을 맡게 되는데요. 첫 주에는 이론 수업을 하고 두 번째 주에는 직접 사진 촬영을 해보는 실습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제가 찾아간 날엔 새로운 강사님의 첫 수업이었는데요. 수업에서 뭘 배우는지 청취자 여러분도 잠시 함께 들어보시죠.

 

(현장음) 사진을 찍을 때 무슨 소리가 날까요. 셔터를 누르면? / 찰칵! / 찰칵.. 그러면 ‘찰’은 뭐고 ‘칵’은 뭐죠? ‘찰’은 조리개가 열리는 소리입니다. 즉, 내가 찍고자 하는 암흑세계에서 빛이 열리는 거예요. 찰~ 그다음에 닫아야 되잖아요. 탁! 하고 닫는 거예요. 그럼 질문 하나 드릴게요. 사진은 ‘찰’에 찍힐까요? ‘칵’에 찍힐까요? / 칵??

 

이날 수업은 도봉구 사진작가협회에서 활동 중이고 사진찍기를 취미로 즐기는 아마추어 사진작가 정나연 씨가 맡았는데요.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합니다. 정나연 씨는 ‘자연’을 매개체로 한 사진 이론과 실습을 진행할 예정인데 전문 용어도 최대한 익숙하고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수업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강의를 준비하면서 고민이 참 많았었다고 하네요.

 

(인터뷰-정나연) 이번에 사진 교실을 개설한다고 얘기하실 때 흔쾌히 하겠다고 대답했는데 지나고 나서 가만히 생각하니까 이렇게 고민을 많이 한 강의가 없어요. 첫날 강의할 때 제가 일부러 참석했는데 일단 용어 자체에 대해서 인식이 안 돼 있더라고요. 감도가 뭐냐, 측광이 뭐예요? 막 이렇게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래서 이 정도까지 이해가 안 돼 있으면 이거 어떻게 강의해야 하나 고민을 참 많이 했어요. 그런데 다행인 게 제가 북한 영화를 좀 봤거든요. 그래서 북한 영화 보면서 느꼈던 그 감성적인 부분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 그래서 그 부분에 중점을 좀 많이 맞췄어요. 그래서 특히 오늘은 꽃 사진에 대한 얘기할 때 꽃과 대화하면서 셔터 누르는 것, 이런 부분에서 의외로 많이 공감해 주셔서 좀 마음이 많이 좀 놓였어요.

강사와 교육생 사이에 공감은 어려울 수 있는 수업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는데요. 바로 이 ‘공감’이  ‘남북이 함께 하는 사진 교실’에서 가장 기대하는 효과라고 합니다.

(인터뷰-임충혁) 사진이라는 게 사람을 찍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가 사진 교실에서 의도하는 측면은 북한이탈 주민분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나를 표현하는 방식을 좀 배웠으면 좋겠다, 그게 한 가지 있고요. 또 두 번째는 이제 남한분들과 북한이탈주민분들이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함께 같이 사진을 찍으면서 서로 소통하면서 남북한 주민들이 소통하는 소통의 장도 만들고 또 남북한 사회통합의 장을 한번 만들어 보고자 하는 저희의 바람이 있어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더욱이 요즘 시대에는 사진을 너무 다양하게, 많은 분들이 찍을 수 있잖아요. 사진을 찍을 때 가장 필요한 구도라든가, 빛의 조절 이런 것들을 제대로 배우지 않고 그냥 사진을 찍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교육을 통해 취미생활로서 사진 찍는 작업을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계획한 프로그램입니다.

 

사진 교실에 참여하는 교육생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입니다. 대부분이 50, 60대이고 최고령자는 70대인데요. 이분들은 사진을 왜 배우고 싶을까요? 사진을 배우기 위해 경기도 화성에서 매주 물망초 사무국을 방문한다는 김소현 씨입니다. 함경북도 회령 출신의 소현 씨는 한국에 온 지 10년이 됐는데요. 물망초와 인연을 맺은 지도 벌써 8년이랍니다.

 

(김소현) 저는 60이 넘었는데, 카메라라는 걸 지금까지 살면서 만져보지 못했어요. 만져보지 못했지만 이론적으로 ‘사진기가 이렇게 생겼구나’, ‘사진을 이렇게 찍는구나’ 하는 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한국에 와서 그래도 스마트폰을 통해서 사진을 많이 찍고 보내고 하다 보니까 사진 구도는 어떻게 잡아야 되며, 어떻게 해야 인물이 이쁘게 나오고, 풍경은 어떻게 해야 멋있게 나오는가 하는 그런 것을 배워주니까 너무 좋네요.

 

사진 교실의 실습수업은 스마트폰 시대 즉 타치폰 시대에 걸맞게 무거운 전통 카메라가 아닌 교육생 본인의 휴대전화를 이용합니다. 젊은이들은 휴대전화에 탑재된 카메라 기능을 전문가만큼 다룰 줄 알지만 50,60대 이상의 중장년층들은 작동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소현 씨의 경우, 아직은 사진을 찍는 것보다 찍히는 것이 더 좋다고 하는데요. 그래도 사진을 배웠으니 근사한 사진을 찍어보는 게 꿈이라고 합니다.

 

(김소현) 사진을 자꾸 배워서 친구들도 사진 많이 찍어주고 싶고 또 뭐 이런 대한민국이 얼마나 멋있는 명소가 많아요. 그 많은 명소들을 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찍어서 앞으로는 북한에 보낼 기회가 생기면 보냈으면 좋겠어요. 이 사진 교실에서 정말 더 많은 것을 배워서 사진작가 못지않은 기술을 연마해서 대한민국이 멋있는 곳을 곳곳만 찾아다니면서 많은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Closing Music-

가족사진, 연인 사진 혹은 부모님 사진까지! 사랑하는 누군가의 사진을 지갑 속에 품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요. 요즘은 휴대전화의 배경화면으로 담고 다니는 사람도 많습니다. 전화기를 사용할 때마다 사진을 보면서 한 번 더 웃게 되고 힘도 나니까요.

지금 여러분의 지갑 속에서는 또 타치폰 배경 화면에는 어떤 행복한 사진이 들어 있는지 궁금하네요. 사진으로 소통하고 사진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남북 사람들의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 갈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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